風樹之嘆(풍수지탄)
-바람과 나무의 한탄(부모에게 효도를 다하려고 할 때는 이미 돌아가시고 안 계셔 그 뜻을 이룰 수 없음)- 구오자(丘吾子) 고어(皐魚)
樹欲靜而風不止(수욕정이풍부지) 나무는 고요히 있고자 하나 바람이 멈추지 아니하고
子欲養而親不待(자욕양이친부대) 자식은 섬기고자 하나 어버이는 기다리지 아니하시네.
往而不來者年也(왕이불래자년야) 가고는 다시 오지 않는 것이 세월이요
不可再見者親也(불가재견자친야) 보고자 해도 다시 볼 수 없는 것이 어버이시네.
마지막 두 소절을 다음과 같이 적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往而不可追者年也(왕이불가추자년야) 한 번 흘러가면 쫓아갈 수 없는 것이 세월이요
去而不見者親也(거이불견자친야) 가시면 다시 볼 수 없는 것이 부모님이시네.
이번에 올리는 한시는 중국 전한(前漢)의 한영(韓嬰)이 시경(詩經)의 해설서로 지은 "한시외전(韓詩外傳)" 제9권에 나오는 주(周)나라 사람인 고어(皐魚)가 한 말이라고 합니다. 효도를 다하지 못하고 부모님을 잃은 자식의 슬픈 마음을 표현한 것으로, 부모님께서 살아계실 때 효도를 잘하라는 교훈을 담고 있다. 어버이날이 오늘에 걸맞은 내용이라서 올린다.
중국 춘추전국시대에 공자(孔子)가 제자들과 함께 전국을 돌아다니고 있을 때, 주나라에 들어서니 몹시 슬프게 울고 있는 고어(皐魚)라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 고어가 하고 있는 형색이 상(喪)을 당한 것 같지는 않고 하여 공자가 수레에서 내려 "그대는 어떤 사람인가?" 하니, 그 사람이 "나는 구오자요."라고 대답했다.
다시 공자가 "그대는 상을 당한 것도 아닌데 울음이 어찌 그리 슬픈가?" 하니, 구오자가 말하기를 "나는 세 가지 실수가 있으면서도 스스로 깨닫지 못하였으니 후회한들 어찌 미치겠습니까?"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공자가 "숨기지 말고 모두 말해주시오."라고 하자, 구오자가 말하기를 "첫째, 어릴 때 배우기를 좋아하여 천하를 두루 돌아다니다가 집에 돌아와 보니 부모님께서 돌아가셨습니다. 둘째, 장성하여 제(齊)나라 임금을 섬겼는데, 제나라 임금이 교만하고 사치가 심해 선비들을 잃어버렸으니 신하의 소임을 다하지 못하였습니다. 셋째, 내 평생 교제를 두터이 하였는데, 지금은 모두 떠났습니다. '무릇 나무는 고요하고자 하나 바람이 멈추지 아니하고, 자식은 봉양하고자 하나 부모가 기다리지 아니한다.' 고 하였으니 '돌아오지 않는 것이 세월이요, 다시 볼 수 없는 것이 부모입니다."라고 말을 남기고는 몸을 던져(또는 마른 나무에 기댄 채) 죽고 말았다.
이에 공자는 "소자(小子)들아, 기억하라! 이것이야말로 경계할만하다."라고 제자들에게 말했다고 한다. 이로부터 공자를 떠나 부모를 봉양하러 돌아간 제자가 열세 명이나 되었다고 한다. 고어가 남긴 이 말에서 풍수지탄(風樹之嘆) 또는 풍목지비(風木之悲)라는 고사성어가 비롯되었다고 한다.
오늘이 어버이날이라 효(孝)와 관련된 우리나라 시조 몇 수를 함께 올린다.
조선시대 송장(松江) 정철(鄭澈)이 지은 "훈민가(訓民歌)" 16수 중 첫째 부의모자(父義母慈)와 넷째 자효(子孝)라는 시조로 평소에는 효의 중요성을 잘 깨닫지 못하다가 부모님께서 돌아가시고 나서 후회해도 소용이 없으니 평소에 효행을 하도록 노력하라는 시조이다.
아버님 날 낳으시고 어머님 날 기르시니
두 분 곧 아니시면 이 몸이 살았을까?
하늘 같은 가없는 은덕을 어디 대여 갚사오리
어버이 살아실 제 섬길 일란 다하여라.
지나간 후면 애닯다 어찌하리
평생에 고쳐 못 할 일이 이뿐인가 하노라.
다음으로 고등학교 다닐 때 국어 교과서에서 배우고 외우기까지 한 노계(蘆溪) 박인로(朴仁老)의 연시조인 "조홍시가(早紅枾歌)" 4수 중 하나이다. 박인로가 한음(漢陰) 이덕형(李德馨)으로부터 홍시를 대접받은 뒤에 느낀 바가 있어 회귤고사(懷橘故事)를 생각하여 지은 사친가(思親歌)이다. 회귤고사라는 것은 중국 삼국시대에 오(吳)나라의 육적(陸績)이라는 사람이 여섯 살 때 원술(袁術)의 집에 갔는데 귤을 먹으라고 내주었다고 한다. 그런데 어린 육적은 그 귤을 어머니께 갖다 드리려고 소매 속에 몰래 감추었단다.
그런데 하직 인사를 하고 나오다가 그만 소매 속에 감추었던 귤을 떨어뜨려 들켰는데, 이 일로 인해 그의 효성이 드러나게 되었던 일을 두고 회귤고사라고 전해지고 있다.
반중(盤中) 조홍(早紅) 감이 고와도 보이나다.
유자(柚子) 아니라도 품엄 즉 하다마는
품어가 반길 이 없을 새 글로 설워하나이다.
끝으로 조선 후기 가객(歌客) 박효관(朴孝寬)의 "교훈가(敎訓歌)"란 시조에 나오는 노래 가사이다.까마귀는 다 자라면 늙은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다 먹이는 새라서 반포조(反哺鳥)라고 한다. 여기서 반포보은(反哺報恩) 또는 반포지효(反哺之孝)라는 말이 생겼다고 한다. 반포(反: 되돌릴 반, 哺: 먹을 포)란 받아먹은 것을 되돌려 갚는다는 뜻이므로 까마귀를 자오(慈烏) 또는 효조(孝鳥)라고 한다.
뉘라서 까마귀를 검고 흉하다 했는가?
반포보은이 그 아니 아름다운가?
사람이 저 새만 못함을 못내 슬퍼하노라.
겉과 속이 다른 사람들로 인해 세상이 점점 각박해지고 있고, 특히나 부모와 자식을 홀대하는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을 보면서 비록 검은 까마귀지만 반포보은을 하는 점을 상기하면 사람인 진정 '만물의 영장'이라고 할 수 있는가 반문부터 해보고 싶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어린이날도 있고 어버이날도 있으면 부부의날과 스승의날도 있다. 사람으로서의 도리를 어떻게 하면 다하면서 살 수 있는지 곰곰이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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